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세월

2010. 8. 23. 14:58☆ 궁시렁궁시렁

 


    이 비가 여름 끝자락에 걸려 있는 무더위를 싸악 몰아가지 않을까? 몰아 갔으면? 음~ 맞아. 이제쯤엔 조금 덜 더워도 될일인 것을. 어제밤에도 몹시 더웠지. 그랬어... 늘 더위땜에 지쳐 넉다운되는 나. 여름이 밉고 싫고. 처서 지나면 아침 저녁으론 찬바람이 선선하니 불어야 제맛인데 어찌 올해는 그 처서란 말이 무색해진다. 낮게 내려앉은 날씨처럼 마음까지도 축 쳐지는 날. 그냥~ 마음이 아래로 푸욱 내려앉는 느낌인날. 머지? 먼일이지? 언제부터인지 난 암일 없이도 이렇게 푹푹 내려 앉는날이 많아졌다. 그래서 그냥 슬프고 속상하다. 잘난것도 없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못난것도 아닌거 같은데 덜되었나부다... ㅎ *** 소문 없이 굵어진 감나무 가지 끝에서 행여 소식이라도 떨어져 내리지 않을까, 않겠지, 않아도 우리는 안다. 다만 아무 가져갈 것 없이 가볍게 떠난 자리 옹기종기 그림자들 묻힌 자리에선 여윈 버섯들 자잘한 그리움으로 피고 지고 밑 빠진 대항을 넘성거리는 여린 풀들 몇 가닥 같은 발자국들아 도회지 팍팍한 삶처럼 뒤꿈치 굳은 살 갈라진 늙은 감나무 밑둥 같은 얼굴들아 두런두런 쌓이는 이슬이 가녀린 바람마저 잠재우면 길은 산발한 잡풀 속에 잠들어 행여 거친 꿈에 시달리는지 자꾸만 깊은 도랑 속에 뒤척뒤척 몸을 빠뜨리고 소문 없이 잔가지 무성해진 감나무는 그 새벽 풀숲으로 여전히 풋감들 수북수북 떨군다. 이제 아무도 그 세월을 주워 가지 않건만 ===아무도 주워 가지 않는 세월 / 김영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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