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람회. 만 20세 단짝 친구의 넘치는 감성

2015. 8. 5. 21:42☆영화. 공연



전람회. 만 20세 단짝 친구의 넘치는 감성


by 양군



        1990년대 중반가지만 해도 TV에 출연하는 '비디오현 가수'와

        라디오와 공연 위주로 활동하는 '오디오형 가수'(또는 언더그라운드 가수)가 비교적 명확히 구분돼 있었다.

        하지만 2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 이런 구분은 사실상 무의미해졌다.


        '너의 결혼식', '오래전 그날' 같은 노래는

        듣는 이들의 심금을 울렸던 '궁상 왕 훌쩍 킹' 윤종신은 '라디오스타'에서 말장난 개그를 하고 있고

        서울대 출신의 천재 음악가 유희열과 이적은 무한도전에 나와서

        유재석이 가요제레 출전할 노래 장르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인다.

        (아무리 그래도 윤상이 나영석 PD의 예능에 나올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평생을 '극우울'의 감성 속에서 살 줄 알았던 베이시스의 정재형이

        '미녀 파이터' 송가연에게 격투기를 배우는 이 시대에도

        자신만의 음악적 감성과 이미지를 지켜 나가는 뮤지션이 있다.

        단 한 번의 방송활동 없이도

        지난 연말 8개 도시 17회 공연을 매진시킨

        이 시대의 마지막 언더그라운드 가수 김동률이다.




           고교 동창과 함께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요즘 세상에는 가수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슈퍼스타K, 혹은 K팝 스타에 출연 신청을 하거나

          각 기획사에서 수시로 진행하는 오디션을 준비한다

          대학 진학을 위한 입시학원이 아닌 오디션에 합격하기 위한 보컬 학원, 댄스 학원이 판을 치는 세상이다.


          하지만 70년대 말부터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가수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이

          가수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바로 강변가요제와 대학가요제였다.

          특히 대학가요제는 그 시절 대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꿔 봤을 정도로

          가수 지망생들에게는 꿈의 무대나 다름없었다.


          실제는 대학가요제는 1호 대상 수상자 샌드페블스를 시작으로

          배철수, 노사연, 김학래, 심수봉, 조하문, 이정석, 유열, 이규석, 고 신해철, 주병선, 전유나, 김경호, 배기성 등

          일일이 손에 꼽기 힘들 만큼 많은 가수들을 배출했다.


          전람회는 대학가요제 황금기의 끝 세개라 할 수 있는 1993년 대회 대상 풀신이다.

          휘문고 동창생이었던 김동률과 서동욱은 학창 시절 과9김동률은 이과, 서동욱은 문과)가 달라

          서로 늘 붙어 다니는 단짝 친구는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일인지 김동률은 서동욱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친구라고 생각했고

          자신이 쓴 노래 한 곡을 서동욱에게 들려줬다고 한다.

          그리도 노래를 들은 서동욱은 노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김동률에게 쳔지로 적어 보여줬다고 한다.

          (신성한 남학교에서 뭐 하는 짓인지).


          그때 서동욱이 적어서 보여준 감상문(?)이 김동률이 곡을 쓸 때 느낀 감정과 정확하게 일치해

          그 때부터 둘은 절친이 되었다는 풍문이 있다.

          (그때 김동률이 서동욱에게 들려준 곳이 바로 전람회 3집 수록곡 '첫사랑'이다.

          하지만 서동욱은 아이까지 있는 유부남이니

          영화 '해피투게더'나 '브로크백 마운틴'에 나올 법한 상상은 하지 않기로 하자).


          사실 혈기왕성한 고등학생이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 일시적이나마

          탈선의 길로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김동률과 서동욱은 시시하게도(?) 대단한 모범생이었고

          결국 학업에 소홀리 하지 않은 둘은 1993년 나란히 신촌에 위치한 명문대에 입학하게 된다.

          (김동률은 건축학과, 서동욱은 사회학과)


          그리도 두 사람은 전람회라는 팀을 결성해 그 해 겨울 대학가요제에서

          '꿈속애서'라는 곡으로 대상을 받았다.

          당시 생방송 이전에 리허설을 했는데 전람회는 그때 이미 다른 팀들에게

          "올해 대상 타기 글렀네"라는 절망감을 안겨웠다고 한다.

          그만큼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대학 1학년생이 만들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던 곡이 바로 '꿈속애서'였다.


          하지만 전람회는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 후 일체의 방송활동을 하지 않고

          곧바로 데뷔 앨범을 준비했다.(사실 '꿈속에서'가 방송에 나와 부르기 어울리는 곳은 아니다)

          그리고 신해철이라는 프로듀서를 만나 1994년 5월 전람회의 제뷔 앨범을 발표했다.




             진정 만20세 풋내기들이 만든 앨범인가


          신해철은 당시 넥스트의 리더이기도 했지만 작곡가로도 적지 않은 명성을 날리고 있었다.

          신해철은 당대 최고의 뮤지션이 총출동한 1992년 내일은 늦으리 앨범의 '더 늦기 전에'를 미롯해

          엄정화의 '눈동자', E.O.S의 '꿈, 환상, 그리고 착각'등을 직접 만든 젊은 뮤지션이었다.


          하지만 전람회는 프로듀서 신해철의 도움을 일페 거부(?)하고 앨범 수록곡 전곡를 스스로 만들었다.

          (여기서 우리는 당시 김동률과 서옫욱의 나이가 만 20세였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실 TV 할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이틀곡이라는 개념이 무색하지만

          이 앨범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곡은 역시 '기억의 습작'이었다.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가 좋아하는 노래로 나오면서 젊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된

          '기억의 습작'은 고급스러운 멜로디와 간주에 나오는 트럼펫 솔로,

          그리고 1절과 2절의 감정선이 미묘하게 다른 김동률의 명품 보컬이 조화를 이루는 발라드 명곡이다.

          다만 대부분의 전람회 노래가 그렇듯 김동률만큼 잘 부를 자신이 없으면 노래방에선 안 부르는 게 상책이다.


          신해철의 개구진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여행'은

          전반부에 등장하는 두 사람의 수다 덕분에 노래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대거 알 수 있다.

          '꿈속에서' 대신 대학가요제 출전곡이 될 뻔 했다든디,

          돈 걱정은 전람회 멤버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든지,

          신해철은 녹음실에서 툭하면 잔다든지 하는 소소한 이야기들 말이다.


          4번 트랙 '향수'는 정년퇴직하고 기농을 꿈꾸는 60대 아저씨가 쓴 거 같은 서동욱의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당시 이들은 만 20세였다).

          노래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꽤 긴 분량의 내레이션과 보컬까지

          서동욱이 이 앨범에서 가장 많이 참여한 곡이기도 하다.


          신해철과의 듀앳곡 '세상의 문 앞에서'와 앨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그대가 너무 많은...'은

          세상에 첫 발을 내민 젊은이의 설렘과 두려움, 그리고 다짐을 담은 곡이다.

          훗날 발표되는 카니발의 '거위의 꿈', 김동률 솔로 1짐의 '시작'의 출발점에 있는 곡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이 지나치게 무겁다고 느껴진다면 6번 트랙 '너에 관한 나의 생각'을 추천한다.

          가사를 쓴 김동률의 사랑에 관한 철학을 알 수 있는 곡으로 이적, 이상순, 서동욱 같은 절친들이

          대거 결혼을 하는 와중에 왜 김동률만 홀로 싱글로 늙어가는지 알 수 있는 노래다.(어쩌면 이 앨범에서 가장 슬픈 곡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뮤지션


          전람회는 1996년 전역 후 2짐 '이방인'(대다수의 사람들이 이 앨범의 타이틀곡이

          '취중진담'인줄 알고 있지만 엄연히 이 앨범의 타이틀곡은 '이방인'이었다).

          3짐 '졸업'을 발표한 후 해체됐다.

          팬들은 잡작스런 해체에 많이 놀랐지만 사실 김동률과 서동욱은 2짐 발표 당시에

          이미 해체 시기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후 김동률은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과 베란다 프로젝트, 그리고 6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 자리를 굳혔다.

          김동률은 자신의 곡 외에도 이소라의 '너무 다른 널 보면서', 이승환의 '천일동안', '다만',

          김원준의 'show',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박효신의 '동경'. 보아의 '옆사람' 등을 만들며

          작곡가로서의 역량을 발휘하기도 했다.


          반면에 음악에 큰 미련이 없던 서동욱은 신촌의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MBA를 수료하고 현재는 대기업 임원으로 일하고 있다.

          하지만 카니발의 '그녀를 잡아요', 김동률 1집의 '내 오랜 친구들'등에 참여하고

          김동률, 카니발 콘서트에도 출연하는 등 김동률과의 우정은 계속 이어오고 있다.


          김동률의 오랜 팬으로서 때로는 방송출연을 귿도로 자제하는 김동률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다.

          (다른 곳은 몰라도 '유희열의 스케치북' 정도는 나올 법도 하지 않나.

          본인도 한때 지상파 음악프로그램 MC였으면서)

          하지만 한 편으로는 세상의 유혹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음악을 고집하는 뮤지션이 있다는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모른다. 그것이 김동률처럼 믿음직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기억하니 90년대

          글 양군

          1집·2집 앨범 하나하나가 '작품'이던 시절이 있었다. 20년이 지나서야 재조명되고 있는 가요계 최고의 황금기 '90년대'를 돌아본다

          20150209


          다음에서 옮겨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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