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 황동규

2019. 10. 7. 20:02☆ 좋은글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모래톱 지난날 가졌던 슬픈 여정들을, 아득한 기대를 이제는 홀로 남아 따뜻이 기다리리. 지난 이야기를 해서 무엇하리. 두견이 우는 숲새를 건너서 낮은 돌담에 흐르는 달빛속에 울리던 木琴소리 목금소리 목금소리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아늬, 石燈곁에 밤물소리 누이야 무엇하나 달이 지는데 밀물지는 고물에서 눈을 감듯이 바람은 사면에서 빈가지를 하나 남은 사랑처럼 흔들고 있다. 아늬, 石燈곁에 밤물소리 낡은 丹靑 밖으로 바랍이 이는 가을날, 잔잔히 다가오는 저녁 어스름, 며칠내 며칠내 낙엽이 내리고 싸늘히 비가 뿌려와서.... 절 뒷물안에서서 마음을 내려다보면 낙엽지는 느릅나무며 우물이며 초가집이며 그리고 방금 켜지기 시작하는 등불들이 어스름속에서 알 수 없는 어느 하나에로 합쳐짐을 나는 본다. 창밖에 가득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끈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를 않고 등불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갔다. 이제나도 한잎의 낙엽으로 좀더 낮은곳으로 내리고싶다. -황동규시선[三南에내리는눈]1부(1957~1964)/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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