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과 관향과 본관....

2011. 7. 28. 16:17☆ 좋은글

 


 

 
      고향과 관향과 본관과.... 요즈음에 와서는 보기 어려워졌지만 예전엔 총각들이 장가 한 번 가려면 신부될사람 집에가서 면접시험을 보는 것이 그나마의 통과의례(通過儀禮)였다. 이를테면 구술문답(口述問答)인데, 우문(愚問)에 현답(賢答) 또는 현문(賢問)에 우답(愚答)이 나오는 재미가 제법 쏠쏠했다. 재치문답 형식으로 신랑될 사람의 사람됨됨이를 알아보고자했던 그런 풍속은 그나마 현대를 내세운 지금에는 구경하기 어려운 꺼리가 되고 말았다. 그 자리에서는 신랑의 기지(機智)를 알아보려 이따금씩 황당한 질문도 하게되는데 그때 많이쓰던 《흰소리의 질문》중에 한가지 ㅡ " 자네 춘부장의 연세는 얼마인고...?" "예, 올해 예순 다섯입니다." "그러면 엄마는....?" "예, 예순 둘입니다." "뭣이라..? 엄마가 예순 두명이라고...?" .......... 그 자리에서 나오게 되는 필수적인 질문중의 한가지. "자네, 본관은 어디인고...?" "자네, 관향은 어디인고...?" "자네, 고향은 어디인고...?" 어떤 물에서 놀았느냐를 묻는 질문이다. 시험공부를 하지않고 간 사람들이 주로 이 장면에서 곤욕을 치른다. 위의 질문의 종류에서 보듯 본관과, 관향과, 고향은 각각 다른 뜻을 가지고 있는 말들이다. ........... 여기서 잠시 이야기의 방향을 바꾼다. 자식은 부모의 품안에 있을때 자식일 뿐이라는 말이있다. 이 말은 자식들이 만들어 낸 말이 아니다. 자조(自嘲) 섞인 부모되는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이다. 살과 피로 어울려 만든 자식이 어렸을젠 티 없어 나의 분신인양 했더니 먹는 것 많아지고 기웃거리는 곳 많아지더니 닮았던 모양, 닮던 느낌마저 제것으로서 달라져 간다. 색깔이 달라져 가고 향기가 달라져 간다. 자식들이 달라지고 멀어져 갈 때 부모들은, 속으로는 서운도 하고 살가운 정이 차츰 시들어간다 하더라도 내색을 묻어 두고 겉으로는 토닥토닥. 인간세상 지어진 꽃밭이 이렇게 하여 조성된 결과. 정서가 무르익었던 곳, 꿈이 펼쳐지던 곳. 나의 앙금이 만들어진 곳 - 그런 곳을 우리는 마음의 본향이라 한다. 고향은 사람에있어서 원산지를 증명하는 상표이다. 하찮은 공산품하나를 사려할때에도 무슨 회사의 제품인지를 따져보는데 하물며 사람임에랴. 새 식구를 맞아들이는 아주 중요한 인선요목(人選要目)으로서 신랑될 사람의 고향을 알아보는 것 ㅡ 그것은 새사람을 인정해 주는 절차이다. .............. 이제 본관(本貫)과 관향(貫鄕)과 고향(故鄕)에 대해 알아보자. ☞ 본관은 시조 할아버지가 성씨(姓氏)를 가지고 자손을 퍼뜨리게한 이를테면 창업지(創業地)를 말한다. "김해김씨"이면 김해가 그들의 본관이다. 최초의 원산지 표시로서 지금도 家門間의 편지를 주고 받을때는 모관후인(某貫後人)이라며 반드시 본관을 밝힌다. (예 : 김해김씨의 경우. "金海後人"이라고 쓴다) ☞ 관향은 윗대 조상들이 한 곳에서 누대에 걸쳐 살아 내려온 동네를 말한다. ㅡ 농사짓는 것 보다 월급쟁이 벌이가 낫다하여 떠난 고향동네 ㅡ 7대조 할아버지가 그 동네로 이사온 이래 200년 세월 내가 그곳에서 태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큰집도, 당숙네도 있고, 선산(先山)도 있으며 시제(時祭)도 거기서 뫼신다. 관향은 어쩌면 본관보다 더한 살아온 내력으로서의 고향이다. 이 시대의 부모들은 먹고 살기 위해 비록 고향을 떠나서 살지만 자식들이 아버지의 고향을 낯선 곳으로 여기는데는, 떠나 사는 부모들의 가슴이 모두 무겁다. ☞ 그 다음으로서 고향.... ! 듣기만해도 가슴설레는 이 말은 아련한 추억으로서 차라리 ' 마음' 이다. 술래잡기,잣치기,연날리기,썰매타기, 수박서리, 메뚜기잡기, 초가지붕 끝의 고드름 따먹기. 태어나 처음으로 만나 본 자연 .....그 질박한 맑음. 최소한의 사람의 도리를 가지게 만들어준 도덕. 꾸미지 않은 천연색. 수구초심(首邱初心)... ! 여우도 죽을때는 제 태어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죽는다던가 ? 죽는날까지 그리워 못내 잊지 못할 고향 ㅡ 제 태어난 곳. 그 화두를 지니고있는 사람. 그에게서는 언제나 사람 냄새가 날 것이다. 사랑하는 여러분 ... ! 여러분의 마음의 고향《心鄕》은 지금 어디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