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잠

2013. 12. 18. 22:51☆ 좋은글

꿈속에서 세차게 따귀를 얻어맞았다 새벽이 통째로 흔들렸고 흔들린 새벽의 공기를 되돌려 놓기 위해 전화벨이 울렸다 나의 눈은 동그란 벽시계에 나의 눈은 병상의 엄마에게 긴 복도를 따라 걷지만 복도와 두 눈을 맞출 수는 없다 일주일 사이 꽃이 졌다 여기저기 팡팡 사진이 터지고 맘껏 담배 연기를 품었는데 나는 왜 빠져나가지 않나 고장 난 시계를 어떻게 할까 혈관을 따라 울리는 피의 음악을 또 어떻게 할까 오래 전에 떨어진 머리카락이나 살비듬 같은 것을 내가 옷처럼 편안하게 입고 있는데 거울 속에는 키 큰 사람과 키 작은 사람이 있고 할머니도 아줌마도 아이도 아닌 엄마가 희미하게 손을 뻗는다 이백년 후의 차가운 잠에서 깨어나 다시 만난다면 우리는 다정한 연인이 되어 작은 테이블에 마주 앉아 케이크를 푹푹 떠먹을까 환멸과 동정의 젖꼭지를 물고 거침없이 이 세계를 생산할 수 있다면 차가운 잠에서 깨어나 차가운 잠 - 이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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