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1. 11:40ㆍ☆ 궁시렁궁시렁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 봐
그런가 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
―조용필 '고추잠자리' 중
비감하면서도 장중한 코러스의 도입부가 끝나자마자,
노래는 몸을 곧추세우고 미끄러지듯 화려한 리듬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동시에 "아마 나는"이라는 저 역사적 4음절이 시작되는 순간, 온몸에서 도파민이 솟아 나온다.
무대에서라면 그다음은 우리가 익히 알듯, 관객들의 비명이다.
노래의 첫 소절이 이처럼 강력한 적은 없었다.
'고추잠자리'라는 제목보다 "아마 나는"이라는 가사로 더 회자되던 이 노래가 나왔을 때,
1981년 여름이 얼마나 달아오를지 아무도 몰랐다. 그러나 세상은 곧 깨달았다.
조용필 제국의 새로운 연대가 파죽지세로 시작되었음을.
과연 그랬다.
그의 제국은 아직도 해가 지지 않았다.
이미 1979년에 발표한 첫 앨범을 대중음악 사상 처음으로 밀리언셀러로 만든 그였다.
그 엄청난 성공과 함께 최고 권좌에 오른 조용필이, 새로운 음악적 깃발을 올리고 미답의 영토를 향해 달려나갔다.
거의 모든 수록곡을 히트시킨 괴력의 3집 앨범 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트랙 '고추잠자리'의 운명은 그렇게 시작됐다.
세 양성 모음과 중성 모음 하나로 연결된 저 보드라운 음운적 관능미,
"아마"라는 부사의 주저와 머뭇거림이 빚어내는 정서적 긴장감, 용수철처럼 튀어나가는 화려한 리듬,
그 반대로 멜로디에 드리운 우수의 그늘,
이 모든 것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아마 나는"이라는 4음절은 한국 대중음악의 신세계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리듬을 조였다 풀었다 하며 진성과 가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이 노래는,
시대를 앞서간 조용필의 음악적 혁신을 대표하는 작품이 됐다.
음악만큼이나 유려한 가사로 쓴 '고추잠자리'의 주제는 '엄마의 부재(不在)'다.
역동적 리듬과 함께 진성으로 노래하는 부분은 현재의 공간,
테이프를 되감은 듯한 사운드와 함께 리듬이 풀어지는 가성 부분은 회상 공간이다.
그 두 공간을 오가며 노래의 화자는 시종 엄마를 애타게 찾는다.
엄마는 누구에게나 있고 누구에게도 없다. 우리는 던져진 존재이자, 정신적 고아다.
노래가 엄마를 눈물겹게 찾아 헤맬 때, 우리가 뜨겁게 공명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라고 까닭 없는 기다림을 노래할 때,
누가 이 슬픔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팝 밴드 '비지스'의 영향을 받은 듯한 가성으로 불러내는 회상의 시간 역시 더없이 아련하고 쓸쓸하다.
기억 저편을 걸어가는 소년이 "가을빛 물든 언덕에/ 들꽃 따러 왔다가" 문득 잠들었다.
그러고 깨어나 보니 아무도 없다.
그 순간 세상의 고독을 다 알아버린 듯한 소년은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라고 존재적 질문을 던진다.
"외로움 젖은 마음으로/ 하늘을 보던" 그 언덕의 소년은 지금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숨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른이면서도 "아직은 어린" 것이다.
'고추잠자리'는 흥겨우면서도 쓸쓸하고, 화려하면서도 슬프다.
그 이중적 정서를 완벽하게 조율해 노래를 새로운 경지로 이끄는 것은 당연히 조용필의 절창이다.
조용필은 대중성을 비켜 가지 않으면서도 음악적 혁신을 게을리한 적이 없다.
훗날 대중음악 역사는 그를 위해 별도의 장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영원한 권력이 없듯, 그도 언젠가 시간을 따라 명성 저편으로 걸어 나갈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래가 살아있는 한, 그가 선물한 감동의 순간들은 사금파리처럼 오랫동안 반짝일 것이다.
앚ㄱ도 그에게 열정과 힘이 남았다면,
이젠 시간과 더 많이 대화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성공과 명성으로부터 조금은 자유로워지길.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3/17/2017031701701.html
며칠전 신문을 보다가 기사가 났길래 옮겨 보았다.
우리 세대들에겐 영원한 오빠인 조용필.
참 좋아했는데
물론 지금까징도~~ 후후
이 고추잠자리라는 노래는 나도 참 좋아하는 곡이다.
== 기도하는..... 으악~~~!!!
이 곡보다
어쩜 난
== 아마 나는......
하는 이 곡을 더 좋아하는지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있었던 공연 생각이 난다.
비가 쏟아지는 우중공연에도
자리 뜨는 사람 없이 열광적인 시간이었는데 말이다.
새삼 그때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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