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인은 "2월의 봄은 베개 밑으로 온다."고 했다.

      올겨울 처럼 따뜻하지 않았고 영하 20도의 강한 추위가 2월을 덧씌우던 시절의 얘기였다.

      냇물은 꽝꽝 얼어 세상이 온통 신의 명령인 듯 딱 멈춘 2월의 늦은 밤에

      시인은 봄이 노는 소리를 베개 밑에서 들은 것이다.

       

      시인은 적어도 몇 개월을 당겨 먼저 봄을 맞이했던 것인다,

      아니 봄을 따스한 입술로 불렀을지도 모른다.

      귀 안으로 봄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며,

      시인은 잠 못 이루며 온몸에 베어드는 대지의 깨어 살아나는 소리를,

      쟁쟁쟁 소곤거리며 오는 봄을 맞이했을 것이다.

      시인의 귀안으로 여리고 푸르기까지 한 봄소식 한 여울이 배어 들었을 것이다.

      봄을 아는 초감각적 청각은 시인의 것이다.

       

      그렇다면 베개 밑으로 봄은 어떻게 왔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풀리는 물소리, 흐르는 바람 소리,

      시인의 마음 손짓으로 불러들여서 기다리는 사람의 베개 밑으로

      아직 손 타지 않은 노오란 아기 웃음소리를 내며 흘러왔을 것이다.

      아직 닿지 않았는데도 귓볼이 붉어지고 간지러운 물소리 그 소리 소리.

      솜털이 보송보송했을 그 노오란 꽃망울 같은 봄의 소리소리로 막 깨어난 꽃잎 열릴 듯.

      아니 꽃잎 열린 듯 흘러들지 않았을까.

       

      시인의 깊은 잠 속 그 아래에 어디로 흐를까 갸웃거리던 물 풀리는 소리가

      쪼르르 시인을 찾아 온 것은 아닐까.

      시인은 가슴 떨렸으리.

      시인은 가슴 두근거리며 몇 번이나 뒤척이며 자신에게로 오는 봄의 문안을 안고

      그 풀리는 소리를 온몸에 감고 아침의 붉새를,

      저녁의 놀을.

      후다닥 피어나는 진달래며 개나리며 벚꽃을

      한 아름 먼저 안고

      순간의 잠에 빠지기도 앴을 것이다.

       

      2월은 막혔던 것들이 다 풀리는,

      우리들 소망이 도착하는,

      그래서 함께 더불어 밀고 가는 봄 기차역 같은 달이다.

      반드시 오고야 마는 봄,

      한송이 꽃을 위해 철벽 같은 얼음을 뚫었으리.

      그것이 우리가 반드시 이루고야 말 2월의 꿈 아니겠는가.

       

                                                                  - 신달자 . 한국시인협회장 -

       

                                                                           >>조선일보 2014. 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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