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리고 내 부모님

2010. 4. 30. 10:39☆ 궁시렁궁시렁

  
      울 아부지의 남자형제는 삼형제분이셨다. 위로 형님 두분이시고 막내인 울 아부지. 아부진 원래 자상하시고 말씀도 크게 안하시며 조근조근 다정하신 성품이셨다. 젊으셨을땐 그 어느 누구보다도 무섭고 엄하셨었는데 연세들어 가시며 기본 성품이 나오셨다. 우리 학생때는 아버지가 눈에 힘만줘도 무서워 어쩔줄 몰라했다. 생전 큰소리 한번 내지 않으시다가 우리가 맘에 안드는짓 하면 눈한번 크게 뜨시는게 다였으니. 위로 큰아버지 두분은 집성촌인 동네에서 윗마을, 아랫마을에 사셨다. 막내인 울아부지만 객지로 나오신 셈이다. 그런고로 방학이면 할머니댁 가는게 정해진 코스였다. 할아버지는 나 초등학생때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성격이 꼼꼼하고 강직하셨는데 방학때 가면 연이며 썰매며 우리들 놀이기구를 늘 손수 만들어 주시곤 했다. 할머니도 생전 큰소리 없이 조용하신 분이었다. 방학때 갈라치면 반닫이 문안에 모아두었던 맛난 먹거리들을 풀어내어 우리에게 주곤 하셨다. 지금도 궁금한게 대체 그것들이 어디서 났을까?? 그곳은 시골이기 때문에 그런 고급 먹거리가 없었을 것이 분명한데 말이다. 사탕도 아주 맛난 것들만 있고 그땐 귀했던 카스테라도 있었다.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할머니 연세 높으시니 안방을 큰아버지 큰어머니가 쓰시고 할머니는 사랑방을 쓰셨었다. 사랑방은 마당을 가로질러 저쪽 별채에 있었는데 우린 늘 그 사랑방에서 할머니와 함께 자곤했다. 그러다 가끔 할머니가 우리집엘 오실때가 있었다. 그럴때면 아부지는 늘 소고기를 끊어오셨다. 엄마는 무우를 썰어넣고 소고기 무국을 끓인다. 할머니가 그걸 참 좋아하셨든가 봐. 우린 그 맛난 국때문에 할머니 오시는걸 더 반겨 하기도 했을거 같다... ㅎㅎ 할머니는 이가 안좋으시다는 핑계로 고기 건더기들은 모두 손주들에게 건져주셨다. 엄마도 할아버지의 사랑을 늘 말하곤한다. 갓결혼해서 시집에서 살게 되었는데 그땐 큰아버지네와 함께 살았드랫는데 엄마가 나를 임신했는데 옛날 그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 엄마 방에 탐스러운 복숭아를 사다 넣어두셨댄다. 엄마는 두고두고 그 얘기를 하신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자상하시다고... 그땐 지금보다 조금 몰랐는데 할아버지 할머니는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셨던거 같다. 어려운 형편이었기에 물질적인 사랑은 아니었지만 생각하면 늘 좋은 기억들만 있다. 울 아부지 돌아가신지 이제 1년 조금 넘었는데 우리 애들도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자주 한다. 울 아롱이 동빈은 특히 할아버지를 더 좋아했었다. 어느땐 문득 불현듯 생각날때도 있나보다. 그럴거 같다.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흘렀는데도 할아버지 할머니 생각하는 나를 보면말이다. 내가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를 추억하는 것처럼 하빈,동빈도 그렇게 외할아버지를 추억하는가보다. 엄마도 늘 애들좀 보내라고 성화이시다. 애들 가야 노인네만 귀찮을거구먼...ㅎㅎ 난 좋은일 있어서 기쁠때도 그렇고 지쳐 힘들고 아파도 그렇고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렇고 이쁜 꽃나무를 봐도 그렇고 좋은 구경거리를 봐도 그렇고 우리 고모들을 봐도 그렇고 남들이 늙으신 자기아버지와 가는걸 봐도 그렇고 ....... 먼 일이 있으면 항상 아버지와 엄마가 생각난다. 울 아부지가 쫌만 더 사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부지가 생각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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