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의 시

2011. 10. 26. 13:02☆ 좋은글



가을 저녁의 시/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